개인적인 기록

루틴과 보상

Jerry_이정훈 2023. 4. 2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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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갔다오고 대학교 2학년으로 복학했다. 1학년 학점이 1점대라 누구나 그렇듯이 정신차리고 공부할려고 했다. 하지만 2학년 1년 역시 2점 초반으로 좋지 않았다. 머리가 좋다고 생각한 우물 안 어린 개구리였던 나에게 노력을 했는데 결과가 안좋아 충격이었다. 나름 고민을 했다. 하루 2시간 집중하자 라는 결심을 하고 이를 루틴으로 지켰다. 다행히 결과가 좋아 계속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

 

비슷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으나 별 능력이 없어 새벽에 영어 학원을 다니기로 했다. 2년 반 넘게 거의 빠지지 않고 영어 학원을 다녔고 영어 면접은 통과할 실력이 되어 원하던 외국계로 이직할 수 있었다. 나름 루틴을 지켰고 그 보상이 있었다.

 

하지만 '돈'이라는 보상으로 보면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다. 대학교 때 장학금이 아닌 대박 과외를 목표로 했다면 아마도 훨씬 더 돈을 많이 벌었을 거다. 실제 동기, 후배 중에는 과외로 2,3백씩 버는 친구들이 제법있었다. 그리고 영어가 아닌 부동산, 경매를 했으면 지금처럼 전세 살이가 아니라 강남에 집이 있을수도 있지 않았을까?

 

요즈음 나의 루틴은 1) 저녁 8시 30분에 자기 2) 글쓰기, 업무에 하루 4시간 집중 3) 매일 8Km, 50분 달리기다. 어제처럼 롯데 야구를 보느라 루틴을 지키지 못한 날은 내 루틴의 보상을 생각한다. 과연 나는 무슨 영광을 바라자고 매일 습관을 지켜야 하는걸까?

 

조금 흐릿하다. 이걸 지킨다고 잘 나가는 후배, 선배처럼 연봉이 수억원 되는 건 아니다. 잘은 모르지만 연봉은 이런 루틴과 크게 관련이 없다. 그리고 돈을 더 벌려면 업무가 아닌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등 다른 N잡을 알아보는게 맞는 방법일 것이다.

 

비교를 해서 문제지 다행히 IT 직군이라 지금 월급도 충분히 상위권이다. 하지만 대기업, 부동산, 주식, 코인 등 비교와 욕심에 끝이 없다. 유투브는 나를 너무 초라하게 만든다. 보상을 돈만 보는게 아니고 나의 능력 향상을 고려하면 나는 전과 비교할수 없을만큼 많이 발전했다. 골프나 치고 상무님 비위 맞추면서 억지로 회사를 다니지 않으니 몸도 정신도 건강하다. 직장인으로 자존심과 양심은 충분히 지킨다. 관점에 따라 보상이 훌륭하다.

 

어쩌면 보상은 그저 신기루같다. 시즈푸스처럼 내 어깨에 주어진 무거운 돌을 마다하지 않고 지고 올라간다. 어느 정도 끝이 보이는가 싶지만 비교를 하는 순간 여지없이 다시 바닥으로 추락한다. 하지만 또 무거운 돌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래도 무거운 돌이 나를 깔아뭉개는 건 아니고 어느정도 밀고 올라갈만하다. 만약 나에게 주어진 돌이 그저 직장인이란 참고 살아야 한다 였으면 진작에 나의 어딘가가 망가졌을 것이다. 지킬 수 있는 수준의 습관을 지키고 결과가 아닌 과정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일들을 하며 산다.

 

야구를 본다고 루틴은 망가졌지만 너무 자책은 안하려고 변명이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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