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살까지 일하기
나는 아들 하나인데 만으로 8살 2015년 생이다. 난 77년생 46살. 아들이 대학 들어가는 20살까지 일하려면 58살까지 일해야 한다. 앞으로 12년 남았다. 많은 부모들이 그렇듯 나도 아들이 대학 들어갈 때까지 일하고 싶다. 그런데 그게 얼추 60살, 그냥 정년까지 계속 일해야 하는게 문제다. (결혼은 늦게해도 애는 빨리 낳았어야)
지금까지 그랬듯이 일하면서 자존심과 양심을 지키고 싶다. 아직까지는 운좋게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았고 맞지 않은 사람은 안 부딪쳤다. 조직이 '아니다' 싶으면 회사를 옮겼다.(그래서 7번째 회사다) 아마 젊어서 가능했다. 하지만 40대 중반이 넘어가니 두려움이 앞선다. 똑똑한 젊은 친구들이 많다. 난 물경력 연차만 쌓여서 연봉이 높은데 내 연봉이면 젊은 친구들 2,3명 쓰지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나보다 후배인 놈은 이제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알아본다. 10년 전부터 농담으로 말하든 회사 때려치우고 카페나 해야지가 눈앞에 닥친 현실이다. 친구랑 만나면 하는 이야기가 주로 회사 짤리면 무엇을 할까이다. 하지만 여전히 뾰족한 수는 없다. 생각만 하고 아무런 실행이 없다. 그저 뜬구름 잡는 수준으로 쳇바퀴만 반복된다.
회사에서 임원이 되어 잘 나가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100명이 넘는 조직을 이끄는데 엔지니어들이 잘 성장하도록 회사 문화를 잘 갖춘것 같다. 외국계를 그만두고 국내 회사 사장급이 된 어떤 분은 상장만 하면 어마어마한 주식을 받는다고 한다. 물론 엄청난 노력을 했겠지만 부럽다. 겉보기에는 죽을정도 노력은 안하는데, 잘 풀리는 사람들이 있다. 괜히 나에게 없는 영어를 잘해서인가 하고 자책한다.
난 엔지니어로 60살까지 일하고 싶다. 그동안 일해보니 나는 다른 사람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는 것보다는 내가 가진 기술로 먹고 사는게 나와 가장 맞는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엔지니어도 현업보다는 고객 만나고 밑에 애들 관리하는 업무가 주어진다. 하지만 별로 나와 맞지 않았다. 영업은 남을 설득하는게 주요 포인트인데 난 끈질김, 간절함이 없었다. 와이프는 나에게 '여보는 나한테도 관심없고 남에게 관심이 없어.' 라고 한다. 돌아보니 당연히 있어야 할 능력인데 없다. 조금씩 연습하면 될수도 있겠지. 현업으로 일하다 은퇴하고 싶다. 좀 더 높은 목표는 내가 하는 일이 다른 엔지니어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다. 책을 쓴 것처럼 블로그를 꾸준히 하고 기회가 되면 강의도 하고 싶다. 틀린 걸로 도움이 될 수는 없으니 정확히 알아야 하고 늘 새로운 걸 배워야 한다. 그리고 엔지니어지만 당연히 회사 비즈니스에도 도움이 되어야 하고. 단순히 기술을 위한 기술은 곤란하다.
엔지니어로 꾸준히 하는게 가장 어렵다. 벌써 눈도 침침하고 변명만 는다. 뻑하면 '내가 굳이 해야 되' 싶고 '남들은 편히 아래 사람 시키면서 입으로 먹고 사는데' 부럽기도 하다. 매일 1시간 달리고 새벽에 1시간 이상 집중하는 현재 루틴을 잘 지킬것이다. 이걸 꾸준히 지키면 아마도 60살까지 엔지니어로 일할수 있을 것이다. 꾸준함이 가장 어려우니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이게 나에게 맞는 옷같다.
아빠는 술을 많이 먹어 우리집은 늘 가난했다. 그런 아빠를 원망했다. 하지만 아들을 길러보니 어느덧 아빠를 사랑한다.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삶을 살고싶다. 욕심을 더 내면 아들이 나처럼 산다고 해도 기꺼이 응원할 수 있는 삶을 내가 스스로 보여주고 싶다. 돈 앞에 작아지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삶을 살 것이다. 내가하는 일, 직업을 대하는 태도가 아들이 사는 세상이 좀 더 사람사는 세상이 되게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