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기록

롯데가 김성근 야구를?

Jerry_이정훈 2023. 5. 1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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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5월 19일, 롯데는 2위다. 82년 원년부터 롯데 팬인 나에게 5월 중순 2위는 너무 낯설다. 롯데 팀 창단 이 후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승차 마진이 +9다. 9연패를 해도 승률 5할이다. 많이도 말고 2번해서 1번만 이기라고 늘 애원했는데 올해는 넉넉하게 이기는 게임이 많다.

 

타자와 투수를 보면 특별히 잘하는 선수가 없다. 이대호, 강민호, 손민한 등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가 없다. 타율, 방어율, WAR, WRC+ 등 기록을 보면 아무도 특출나지 않다. 지금의 상위권은 그저 운인가 싶다. 돌아보면 로이스터 시절 잘 나갈때 롯데 천적이었던 SK 김성근 야구가 딱 그랬다. 특별히 잘하는 선수는 없는 것 같은데 막상 붙어보면 항상 롯데가 말렸다. 포스트 시즌 가서 덩치만 큰 것 같은 정상호한테 홈런맞고 발빠른 손아섭은 병살타를 쳤다.

 

SK 야구가 한 베이스 더가고, 한 베이스 못가게 막는 세밀한 야구였다. 반면 롯데는 그냥 홈런쳐서 이기려고 하는 야구라 디테일이 약했다. SK는 빠른 선수들이 많아서 짧은 안타에도 2루에서 홈으로, 1루에서 3루까지 갔다. 반면 롯데는 덩치가 크고 느린 선수가 많아 3안타를 몰아쳐도 점수가 안 났다. SK 외야수는 펜스에서 2루까지 다이렉트 송구가 가능해 이대호는 펜스를 맞춰도 2루에 못가는 게 많았다. 반면 전준우 등 롯데 외야수는 설렁설렁 뛰어 펜스에 안 맞아도 2루타를 허용했다. 수비에서도 뛰는 척만 하고 눈 앞에서 공 떨어지는 거 멀뚱히 보기만 하면 참 짜증이 났다.

 

롯데는 결정적인 순간에 폭투, 에러가 나와서 흐름을 넘겨주는게 참 많았다. 포크볼 계열을 던지는 투수가 많기는 하지만 거의 매게임 상대 주자 3루에 폭투나서 쉽게 점수 허용하고 내야수는 어이 없는 송구로 게임을 던졌다. 그러던 롯데가 지난 겨울 어떤 일이 있었는지 올해는 에러가 전체 팀 중 가장 작다. 주루도 잘해서 1안타에도 쉽게 쉽게 점수를 낸다.

 

이렇게 팀컬러가 변한게 성단장이 들어오고 지난 3년 꾸준하게 추구한 프로세스 변화의 결과라 설렌다. 1,2년 잘하고 끝나는게 아니라 아마도 롯데는 꾸준하게 가을 야구 이상을 노려볼 수 있는 준비가 된 것 같다. 부산고, 경남고 라인으로 대표되는 지역 연고 위주의 선수와 코치를 몰아내고 2군과 스타팅 라인업에 젊고 빠른 툴가이들이 많다. 젊은 선수들이 경험을 쌓는 내년, 내후년이 더욱 기대된다. 드라이브 라인 등 체계적인 피칭 프로그램으로 투수들을 훈련시켜 다른 팀에 비하여 150KM 이상 던지는 유망주도 많다. 팀 연봉은 1위인데 성적은 꼴찌고, 8888577 비밀번호 성적찍던 시절은 아마도 이제 안볼수 있을 것 같다.

 

나도 회사를 다니니 조직의 문화와 프로세스를 바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체감한다. 하지만 문화, 프로세스를 바꾸지 않으면 한, 두번 반짝할 수 있어도 꾸준하게 성과가 나오기는 어렵다. 롯데는 아마도 그 어려운 것을 해내고 있는 것 같다. 웬지 우리 회사, 우리 나라도 바꾸면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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